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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4사 가격담합 의혹

일본의 주요 맥주 제조업체 4곳이 맥주와 발포주 등 주류 제품의 가격 인상 과정에서 서로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인상 시기와 폭을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산토리, 삿포로맥주에 대한 강제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맥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이 동시에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언론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공정위는 7일 이들 4개사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4개사가 맥주류의 출하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사전에 정보를 주고받거나 가격 조정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특히 각 회사의 영업 담당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별도의 모임을 갖고 맥주와 발포주, 이른바 제3의 맥주 등의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는 정황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간 가격 조율이 이뤄졌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일본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 강제 수사 권한을 활용한 것도 주목된다. 단순한 실태 파악을 넘어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언론은 식음료 제품을 둘러싼 공정위의 강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맥주가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소비와 밀접하게 관련된 제품이고, 조사 대상 기업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아사히, 기린, 산토리, 삿포로 등 4개사는 일본 맥주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일본의 맥주와 발포주 국내 매출 규모는 약 1조6000억 엔에 이른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최근 몇 년 동안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2022년 10월을 시작으로 2023년 10월, 지난해 4월 등 여러 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각 업체는 당시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주요 인상 요인으로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오르면 판매 가격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기나 폭을 사전에 조율했다면 독점금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실제 가격 인상의 필요성이 있었는지보다 경쟁사 간 정보 교환과 가격 조정 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4개 기업은 현재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는 강제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공정위 조사에 전면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기린과 산토리, 삿포로 역시 조사 사실을 확인하면서 관련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가격 담합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담합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는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단계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4개사가 실제로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 인상 시기나 폭을 사전에 합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후속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단순한 업계 정보 교환과 불법적인 가격 조율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증거가 어떻게 확인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본의 대표적인 소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이 동시에 조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를 통해 업체 간 정보 교환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실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