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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두산 유니폼 입고 '좌승사자' 완벽 부활

 KBO리그 타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좌승사자' 웨스 벤자민이 익숙한 줄무늬 유니폼이 아닌 두산 베어스의 남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돌아왔다. 과거 KT 위즈에서 15승을 거두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던 그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이라는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으나, 부상 악재를 만난 두산의 긴급 호출을 받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날카로운 구위를 선보인 벤자민은 복귀 첫 경기부터 자신이 왜 한국 무대에서 최고의 투수로 불렸는지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벤자민은 4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 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기 직전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해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지만, 그의 투구는 위기에 빠진 두산 선발진에 단비와도 같았다. 벤자민은 일본에서 비자를 받고 귀국하자마자 부산으로 이동해 등판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최고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더욱 정교해진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벤자민의 이번 복귀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막연하지만 확고했던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 종료 이후 소속팀 없이 홀로 훈련에 매진했던 그는 멕시코 리그와 독립 리그의 수많은 제안을 뿌리치고 더 큰 기회를 기다려왔다. 시카고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개인 훈련을 이어가던 중 전해진 두산의 연락은 그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벤자민은 한국 야구 특유의 열정적인 분위기와 팬들의 응원을 그리워해 왔기에 고민 없이 복귀를 결정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벤자민의 무기는 더욱 다양해졌다. 기존의 전매특허였던 슬라이더는 최근 메이저리그 트렌드인 '스위퍼' 궤적으로 진화했으며, 샌디에이고 시절 연마한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의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다. 복귀전에서 보여준 유연한 투구 메커니즘과 영리한 경기 운영은 그가 단순히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돌아온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모습은 두산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벤자민은 자신이 맡은 '단기 대체 선수'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현실적이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였다. 부상으로 이탈한 플렉센의 빈자리를 메우는 6주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팀이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승리 투수 요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다음 등판 일정과 팀의 승리 스케줄을 먼저 고려하는 성숙한 멘탈은 동료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두산 벤치는 벤자민의 성공적인 복귀전 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김원형 감독은 비록 기록상 승리는 챙기지 못했으나 벤자민이 보여준 투구 내용이 향후 팀 운영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에이스의 부상으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던 팀 분위기는 '검증된 해결사' 벤자민의 합류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벤자민은 이제 다가오는 일요일 두 번째 등판을 준비하며 두산의 가을야구 경쟁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