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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이번엔 다르다…호르무즈 봉쇄의 나비효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에 대한 글로벌 석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업계의 깊은 우려를 일축하며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 에너지 위기를 둘러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프랑스 토탈에너지스의 CEO는 이번 전쟁의 파장이 단순히 유가 상승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반도체와 의료기기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의 운송길이 막히는 등, 에너지 외 다른 핵심 공급망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국 셰브런의 CEO 역시 현재의 선물 유가가 실제 공급 부족 사태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가격 폭등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란과의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며, 시장이 앞으로 더 큰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우디 아람코의 CEO는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연설에 나선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유가가 아직 수요에 타격을 줄 만큼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란과의 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역설했다. 그는 정부가 1억 7천만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라이트 장관의 발언 직후,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CEO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치솟는 유가가 이미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취약 계층의 생계비를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부터 농가, 일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치르는 비용이 날마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원자재 무역회사 비톨의 CEO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비용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사라지는 '수요 파괴'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 유가가 이미 119달러 선을 위협한 상황에서, 그의 경고는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