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리안 드림 앗아간 비극적인 음성 공장 화재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한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충북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시 55분경 실종자들이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 A동 1층 폐기물 집하장 인근에서 여러 개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가 수습되었다. 경찰은 이 물체가 실종된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해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55분경 처음 시작되었다. 불이 난 공장은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부에는 펄프와 같은 가연성 물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때문에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졌고 현장은 순식간에 시커먼 유독가스로 뒤덮였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600명이 넘는 인원과 헬기 6대를 포함한 장비 100여 대를 투입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무려 21시간이 지난 이튿날 낮 12시 8분에서야 비로소 완전 진압을 선언할 수 있었다.

 


화재 당시 공장 안에는 총 83명의 근로자가 머물고 있었으나 이 중 81명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무사히 대피했다. 그러나 외주업체 소속으로 폐기물 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60대 남성과 네팔 국적의 20대 남성 등 2명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실종되었다. 앞서 지난 31일 오전에는 공장 2층 계단 부근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1구가 발견되어 현재 DNA 검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마저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번 화재는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를 남긴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실종자 수색 작업은 그야말로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공장 3개 동이 모두 전소하며 축구장 수십 개 면적에 달하는 2만 4,170여 제곱미터가 잿더미로 변했다. 불에 타 흉물스럽게 휜 철골 구조물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데다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 수색 요원들의 진입조차 쉽지 않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인명 구조견과 카메라가 장착된 특수 도시탐색장비까지 동원해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넓은 면적과 열악한 현장 여건 탓에 수색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1차 감식에서는 내부 설비가 완전히 녹아내리고 골조가 무너져 발화 지점을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경찰은 소방 당국 및 노동청과 함께 5일 2차 합동 감식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뒤쪽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추정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으나 아직 입건된 인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타국에서 가족들을 위해 땀 흘려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가운 공장 잔해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지역 사회와 SNS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20대의 젊은 네팔인 근로자와 노년의 카자흐스탄 근로자가 열악한 폐기물 집하장 근처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뼛조각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화재는 가연성 물질이 많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마지막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공장 현장에서 실종자들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국과수의 감식 결과에 따라 이번 화재의 비극적인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