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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 '황제 라멘' 한 그릇에 일본 정국이 '들썩'

지난 9일, 제이캐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이시바 총리가 지난 5일 올린 엑스(X, 옛 트위터) 게시물을 보도했다. 이 게시물에서 이시바 총리는 니가타현 나가오카시에 있는 라멘집을 찾아 식사한 사실을 알리며, 자신이 먹은 라멘 사진을 함께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라멘은 평범한 라멘과는 거리가 멀었다.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슈(일본식 돼지고기 고명)가 가득 쌓여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 사진과 함께 "여러분 잘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는 감탄사를 덧붙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리의 소박한 일상 공유 의도와는 달리, 해당 사진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논란을 야기했다. "국민들은 돈이 없어 고생하는데 총리는 사치스럽다", "특식을 먹은 것이 아니냐", "나가오카는 쌀의 고장인데 쌀로 만든 라멘인가" 등 조롱과 비난이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듯한 총리의 모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라멘 한 번 먹었다고 이렇게까지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 "총리도 사람인데 너무 가혹하다"는 옹호론도 일부 존재했으나, 전반적인 여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끼 식사의 문제가 아닌, 현재 일본이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더욱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이번 나가오카 방문은 지역구 참의원(상원) 선거에 출마한 나카무라 마이 자민당 후보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이번 참의원 선거는 고물가와 서민 경제 대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이시바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총리가 호화로운 라멘 사진을 공개한 것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정서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시바 내각은 저조한 지지율로 인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지키지 못할 경우, 야당들이 뭉쳐 이시바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불거진 '황제 라멘' 논란은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며, 향후 선거 결과와 내각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소해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 일본 정치의 격랑 속에서 예상치 못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