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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 흰 연기 피었다!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탄생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fumata bianca)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자들과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긴 기다림 끝에 새 교황이 결정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시 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선 선임 부제 추기경은 라틴어로 엄숙하게 "아눈티오 포비스 가우디움 마그눔: 하베무스 파팜(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이라고 외쳤다. 이는 "여러분에게 큰 기쁨의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에게교황이 있습니다"라는 뜻으로, 새 교황의 탄생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전통적인 선언이다.
이어 선임 부제 추기경은 새 교황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며, 그가 선택한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교황명 '레오'는 역대 여러 교황들이 사용한 유서 깊은 이름으로, 특히 교황 레오 13세는 사회 정의에 대한 가르침으로 잘 알려져 있어 새 교황의 통치 방향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교황명 발표 직후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중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 그는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그의 첫 공식 발언은 이탈리아어로 시작됐다. 그는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 평화가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무장을 내려놓게 하는 평화이자, 무장을 풀게 하는 평화"라며, 진정한 평화는 폭력과 대립을 넘어선 화해와 이해에서 온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인류가 직면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리스도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셨듯 교회와 신자들도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도 서로를 도우며 다리를 놓읍시다. 대화와 만남을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평화로운 백성이 되자"고 강조하며, 소통과 만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새 교황은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함께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하는 교회, 이 광장처럼 늘 열린 팔로 모두를 맞이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복음을 전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교회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자선과 존재, 대화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갑시다"라며 실천적인 사랑을 촉구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으로 수도 사제의 길을 걸었다.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특히 남미 페루에서 오랫동안 선교 및 사목 활동을 하며 현지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국제적인 경험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글로벌 교회인 가톨릭을 이끌어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하며 신뢰를 보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의 탄생 소식에 미국 사회도 큰 관심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가톨릭 교회 내 미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북미와 남미 대륙 모두에서 폭넓은 사목 경험을 쌓은 그의 리더십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